[행정소송] 고문 피해자들이 행정재판에 대거 참석하다

 

 지난 금요일(10/8), 서울 행정법원 B220호에서 훈포상이 취소된 고문 가해자 정보공개 청구 행정소송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인권의학연구소가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이 기나긴 법정 공방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이날 재판에는 인권의학연구소 함세웅 이사장을 비롯해 고문 피해자와 그 가족 등 8명이 함께 법정에 참석했다. 

<사진-1> 행정재판에 참석한 고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함께 행정법원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 측은 재판부에 제출할 자료가 방대하다며 USB 제출로 자료제출을 대체했다. 이에 재판은 재판부가 피고 측이 제출한 자료 목록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정회됐다. 자료 확인 후, 재판부는 원고(인권의학연구소) 측과 피고(행정안전부) 측에 각각 마무리 발언 기회를 주었다.

 

 먼저, 원고 측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과거 간첩조작 공무원들이 누구이며, 이들이 사건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등에 관한 정보들은 피고 측이 주장하고 있는 정보공개법과 국정원법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며, “피고 측은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에 의해 서훈이 취소된 고문 가해자들의 정보와 국가안보가 어떤 실질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 구체적인 진술을 제공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김성주 변호인은 고문 가해자의 정보보다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사진-2> 오랜 시간, 고문 가해자는 고문 피해자 위에서 군림했다. 이제는 고문 피해자의 인권의 고문 가해자의 이름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알려주어야 한다.

 반면 피고인 행정안전부를 대표해 재판에 참석하고 있는 조*훈 사무관에 따르면, “원고 측이 제기한 (고문 가해자들의) 정보는 대부분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들의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사무관은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8년 고문 가해자 서훈 취소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국가 안전보장을 담당하는 기관들과 심도 있는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임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행정안전부의 입장은 원고 측이 요구하는 고문 가해자의 이름과 직책 등은 과거 판례를 비추어 볼 때, 국정원의 직원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라고 다시 한번 밝혔다.

 

 통상적인 행정재판이라면 원고와 피고의 마무리 발언으로 재판이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특별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이날 방청석에 있는 분들이 누구인지 확인했으며, 함세웅 신부에게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한 인권의학연구소를 대표해 발언할 기회를 주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 재판에 참여한 모두가 다소 어리둥절한 상황이었지만, 함세웅 이사장은 마이크를 들고 이번 사건의 배경을 피해자 관점에서 재판부에게 소상히 전했다.

 

 함세웅 이사장은 오랫동안 고문 피해자와 그 가족들 만나면서 그들의 아픔을 알게 되었고, 우리 사회가 정작 고문 피해자의 이름은 공개하면서 고문 가해자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 현실을 보며 받아들일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특히, 함 이사장은 국가가 고문 가해자의 정보를 공권력을 활용해 보호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고문 피해자를 향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라며 재판부를 향해 국민의 자유와 권익, 인권을 고려해 올바른 판결을 간곡히 요청했다.

 <사진-3> 행정재판이 끝나고 행정재판에 참여한 고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김성주 변호인에게 여러 사안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함세웅 이사장의 발언으로 마무리된 재판은 다음 달 5일 오후 2시 선고가 예정되었다. 안타깝게도 지난 2018년부터 약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이 재판에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이 판결이 고문 피해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국가기관의 사과가 이분들에게는 하나의 치유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8명의 고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피고 측인 행정안전부 직원들과 달리 쉽사리 법원을 떠나지 못했다. 재판이 끝나고도 담당 변호사와 오랜 시간 재판에 대해 상세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리고 행정법원 앞에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상황에서도 큰 소리로 다 함께 외쳤다.

 

행정안전부와 국정원은 훈포상을 취소한 고문 가해자 실명을 속히 공개하라!”

[고문가해자를 처벌하고, 고문피해자를 지원하라!!!]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 저녁 6,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함세웅 이사장님이 출연합니다. 오늘 출연하는 이유는 그동안 연구소가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고문가해자 정보공개 청구소송 때문입니다. 함세웅 이사장님이 언론을 통해 고문가해자를 처벌하고, 고문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적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 인권의학연구소를 대표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 예정입니다.

 

 

오늘 저녁 6,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통해 여전히 고문가해자의 편에 서있는 국가를 상대로 인권의학연구소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후원회원분들의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의사가 꼭 알아야 할 환자 권리와 건강권 이슈]

 

이번 10월,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예비의사를 대상으로 교육강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의사가 꼭 알아야 할 환자 권리와 건강권 이슈”입니다.

 

 

구체적인 강의는 우리 의료계에서 더욱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정신질환 이슈’, ‘코로나 팬데믹 이슈’, ‘노동자의 건강권’, ‘성소수자의 건강권 이슈’입니다.

 

이번 강좌는 의과대학 또는 의전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생각보다 참여도가 높아 신청 이틀만에 마감되었습니다.

 

향후 이같은 주제들로 일반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강좌도 연구소에서 고민해보겠습니다^^

[행사] 신규 후원회원 만남의 날을 가지다.

 

 지난 9 15() 오후 7, 연구소는 온라인 줌으로 2021년 신규 후원회원과의 만남의 날 행사를 가졌다.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여파로 후원회원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에 연구소는 온라인 줌을 활용해 함세웅 이사장과 함께 사무국에서 4, 신규 후원회원 6, 기존 후원회원 3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서로 근황을 나누며 웃음이 가득한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사진-1> 온라인 줌을 통해 신규회원 만남의 날을 진행하는 사진.

 서로 안부를 물으며 시작한 행사는 먼저 사무국에서 신규 후원회원들을 위해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의 정체성과 역할을 공유했다. 특히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국가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분들의 삶이 원상회복되는 것이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다시금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구소가 후원회원의 후원과 참여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 연구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 같은 소통의 장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사진-2> 온라인 줌으로 신규 후원회원들에게 인권의학연구소와 김근태기념치유센터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공유하고 있는 화면.

 다음으로 기존 후원회원이자 서울시에서 인증받은 인권강사로 활동 중인 신순애, 이숙희, 유동우 선생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오랫동안 인권의학연구소와 여러 형태로 연을 맺고 있는 세 분의 이야기는 신규 후원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연구소가 어떤 단체인지를 알려주는 기회가 되었다. 예를 들어, 유동우 선생은 오랫동안 노동운동과 반독재투쟁을 하면서 스스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10년 전 연구소를 만나면서 현실적으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되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무조건 운동의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나의 현실적인 고통에 먼저 공감하고, 그 공감을 바탕으로 함께 그 고통을 해결하려는 노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들려주었다. 한국 노동운동의 현장에 있었고, 민주화의 역사에 있었던 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연구소에서 이분들을 모시고 후원회원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이권명희, 이강혜, 이희진, 송지원, 진형대, 이옥분 이 여섯 분의 생각을 차례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구소를 생각하면 어떤 단어와 생각이 드는지 그리고 향후 연구소와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 가운데 이강혜 후원회원은 연구소를 생각하면 정의와 회복, 그리고 인간이라는 단어들이 떠오른다고 전해주었다. 그리고 현재 트라우마와 트라우마 해소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기회가 된다면 피해 생존자와 연구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명상과 기도 프로그램을 재능기부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화를 통해 후원회원들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연구소가 다리가 되어 후원회원과 국가폭력 피해 생존자와의 만남의 장을 자주 마련할 필요성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3>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하트를 보내며 만남의 날을 마무리하고 있다.

 모든 참여자들의 생각을 나누고 마지막으로 인권의학연구소의 이화영 소장과 함세웅 이사장의 마무리 발언이 있었다. 이화영 소장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소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긍정적인 관계들을 경험하였고, 동시에 일하면서 에너지가 소모되기보다 에너지가 채워지는 곳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함세웅 이사장은 연구소를 통해 만나게 되는 고문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을 배우게 되고, 고통을 받은 분들과 함께 할 때 고통을 공유하고 동시에 치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신규 후원회원과의 만남을 통해 인권의학연구소의 정체성과 활동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함세웅 이사장의 마지막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인권의학연구소는 국가폭력 피해 생존자들 그리고 후원회원과 함께 손을 잡고 여전히 지금도 고통받는 이웃의 옆에 함께 고통을 나누며 치유하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신규 후원회원 만남의 날에 함께 해주신 세 분의 인권강사님과 6분의 신규 후원회원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국가의 사과] 국정원, 과거사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 서한’을 보내다.

-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과거 중앙정보부(중정),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시절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등 인권침해 지적을 받은 일부 과거사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국정원은 지난 7 7일 보도자료를 통해 “1960~1980년대 중정, 안기부 수사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와 유족에게 박지원 국정원장 이름으로 사과 서한을 보냈다고 하였다. 서한 발송 대상은 1기 진화위가 국가의 사과를 권고했던 27개 사건 관련 피해자와 유족, 가족 등이었다.

 

 국정원은 생존과 주소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직접 사과 서한을 보냈고, 이미 작고하신 분들과 주소가 파악되지 않는 분께는 서한을 발송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이 자료를 통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발송 서한에는 과거 수사과정에서 큰 피해를 당하신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그리고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충실하게 자료를 제공해 진실규명 및 명예회복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진정한 사과를 완성하는 길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다시는 이런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이 포함됐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여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추모행사 영상메시지로 과거사에 대한 종합적 사과를 한 지 약 13년이 지난 국정원의 사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한 그 당시 이미 설립되어 활동을 한 국무총리 소속 과거사관련위원회 권고사항 처리기획단 (과거사처리기획단)”이 있었다. 이 과거사처리기획단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법 제도 정비, 위령사업지원, 법원 재심 지원 등을 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피해자 사과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국가의 사과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이후 사법부는 부당한 과거 판결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재심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2017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의 시국사건을 포함해 과거의 잘못된 사건 처리를 사과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문 총장은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 등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수사기관 잘못이 드러난 사건에 대해 피해당사자와 유족들에게 기회가 되는 대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기자들 앞에서 먼저 사과함으로써 피해자들은 사과를 당한 셈이 되었다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는 것이 선행되었어야 했다또한, 검찰총장은 죄송하다는 표현 조차 하지 않았고 수사결과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수사절차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소홀히 했다고 언급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 1.  울릉도사건 피해자 이OO 선생에게 보내온 국정원장의 사과문  (2021.7.7)>

 2021년 국정원장의 사과도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했다울릉도사건의 피해자 이*희 선생은 지난 7월에 국정원장의 사과문을 받았다고 (사)인권의학연구소에 서한을 보내왔다. <사진 1>

 

  1974 3, 당시 거센 유신 헌법 반대에 직면한 박정희 정권은 국민의 저항을 희석하고자 대규모 울릉도간첩단사건을 조작하여 발표하였다. 1974년 울릉도간첩단사건은 중앙정보부가 남산으로 불법연행하여 고문 수사한 47명 중 검찰이 32명을 기소하였고, 재판을 거쳐 3명을 사형에 처했던 대규모 조작간첩단 사건이다. 당시 언론은 이 사건을 정부에서 발표하는대로 신문 1면 전면에 크게 보도하였다. <사진 2>

 

  그러나, 2014년 이후 울릉도 사건으로 투옥된 전원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은 언론에서 작은 기사로 보도해왔다또한, 2021년 7월에 보내온 국정원장의 사과 편지는 울릉도사건으로 징역을 산 29명의 피해자 중 단 한 명, 이*희 선생에게만 전달된 것으로 확인하였다.

 

< 사진 2. 1974 년 중앙정보부장 신직수가 발표한 울릉도사건을 대서특필한 신문기사 (1974.3.15)>

 이 소식을 전해들은 울릉도사건 피해자와 조작간첩사건으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수많은 피해생존자들은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의 극히 일부에게 사과 편지 한 장을 보내면서 생색내지 말고, 신문 전면에 사과문을 공식으로 게재하라는 것이다. 과거 조작간첩사건, 시국사건을 1면에 대문짝만 하게 내었던 그 기사와 같은 크기로 사과문을 보도하라는 것이다.

 

국가는 어떻게 피해생존자와 가족, 유족에게 사과하는 것이 맞을까?

 

1. 국가는 피해당사자와 가족 및 유족에게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

 해당 수사기관(검찰, 국정원, 국방부, 경찰) 수장은 기자간담회나 편지의 형식이 아닌 직접 피해자를 공식 초청해서, 사과하고 직접 사과 편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사과문을 과거 사건 보도 기사 크기 이상으로 신문과 방송에 게재, 보도해야 한다.

 

2. 국가는 말로 사과를 하는 동시에, 가해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과거사위원회에서 진실규명을 받았거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에 대하여 가해자가 훈포상을 받은 경우, 그 사건 관련 모든 가해자의 훈포상을 취소해야 한다. 또한, 해당 수사기관 수장은 훈포상이 취소된 가해자의 정보 공개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사진 3.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훈포상 취소 고문가해자 이름 (허O,  안 OO  등 ) (2018. 7)>

 <사진 3>은 2018 7월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서훈취소 고문수사관 명단이다. 자료를 잘 살펴보면, 피해자 이름이나 사건명을 확실히 명시하였으나, 반면 가해자 수사관의 이름을 허O, 안OO이라고 기입하여 발표하였다. 이는 피해자로 하여금 국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울릉도간첩단사건의 훈포상취소자를 안OO, 장OO, 한OO 등 3명으로 발표하였으나, 모든 피해자들이 기억하고 지목하는 총책임 수사관이었던 차OO의 이름이 없다. 이것만 봐도 훈포상 취소와 국가의 사과가 지극히 표면적이고 형식적 겉치레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국가는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것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저녁 8시 30분에 끝난 재심 재판]

 

어제 저녁 8시 30분에 재판이 끝났습니다.

재일동포 고 손유형 선생님의 재심 재판이었습니다.

 

<사진> 해가 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고 손유형 선생님 차남(오른쪽에서 세번째)과 함께 찍은 사진.

 

이번 재판은 일본에서 오신 손유형 선생님의 차남과

살아생전 손유형 선생님과 여러 번 인터뷰를 했던 한 연구자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5시 30분부터 휴식없이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동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 앞 자리에 있었던 손유형 선생님의 차남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사형을 내린 법정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증언을 해야했을 아드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되내이게 되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 아드님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증언시간에 사법부를 향해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현명한 판결로 돌아가신 저희 아버님과
저희 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교육] 영어 수업에 이어 일본어 수업까지!!

 

"곤니치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요즘 연구소에서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수업도 한창입니다!

여느 일본어 학원보다도 열의가 뜨겁고 특별한 수업입니다.

 이유는 강사와 수강생 모두 (2차 백신 접종까지 완료하신 )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입으신 선생님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어 강사 선생님은 젊은 시절 일본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면서 혼자서 일본어를 마스터하신 김장호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김장호 선생님은 한국에서 일본어 학원을 운영하신 경험도 있으셔서 우리 수강생들(국가폭력 피해 생존자)을 위한 교안도 직접  만들어 오십니다. 일주일에  번씩 진행되는  수업에 열정적으로 해주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히라가나를 써 내려가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일본어 수업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1970-80년대 간첩조작 사건으로 옥고를 치러야 했던 재일동포 분들을 위한 일본 구원회 모임이 있습니다. 그 구원회 분들을 당시 한국말을 전혀 못해도 꼭 필요한 한국말을 배워서 김포공항에서 서대문 형무소까지 어렵게 어렵게 찾아오셨던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4-50년이 지난 재심에도 항상 오셨습니다. 한국 법정에서의 내용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그 자리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우리 피해자 선생님들은 그분들과 아주 짧게라도 일본말로 인사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일본어 수업을 배우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서로 왕래할  없지만,  기간 동안 우리 선생님들이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본어 수업을 하셔서  다음에 일본 재일동포 분들 그리고 구원회 분들을 만나셔서 짧게라도 일본어로 대화할  있다면 너무 감동적이지 않을까요?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장호 선생님, 

그리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선생님들 모두 응원합니다!^^ 

재일양심수동우회, 2기 진화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하다. 

 지난 30(), 재일양심수동우회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2기 진화위)에 재일동포 간첩조작 진실규명 신청을 했다. 이날 신청은 특별히 인권의학연구소의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와 재일양심수동우회 대표로 이동석 선생이 직접 2기 진화위 정근식 위원장을 만나 신청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는 재일양심수동우회의 요청에 의해 인권의학연구소가 위임을 받아 마련되었다.

<사진-1> 2기 진화위 사무실에서 이화영 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정근식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에게 진실규명 신청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20 6 9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약 10여 년만에 2기 진화위가 출범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 법에 근거하여 2기 진화위는 지난 12 10일 재출범하였다. 1기 진화위가 2005 12월 출범해 2010 12 31일까지 활동하면서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집단학살부터 독재 시기 간첩 조작 사건과 같은 다양한 과거사 진실규명을 위해 활동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밝혀져야 할 진실들이 산재해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재일양심수 사건이다.

 

 1970-80년대 군부 독재정부는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치적 정당성이 없었다. 이에 이들은 북한과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공포정치를 일삼았다. 예를 들면, 일반 시민들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하여 수많은 간첩들을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 가장 조작하기 쉬운 집단이 바로 재일동포들이었다. 당시 재일동포들이 거주하던 일본의 오사카 지역에서 민단과 조총련 사이에는 38선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그곳에서는 재일동포들이 민단과 조총련을 모두 알고 지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남북 분단의 현실을 이용해 군부 독재정부는 모국을 찾은 재일동포 유학생들을 무조건 잡아 조총련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조작간첩을 양산했다. 이 과정에서 재일동포들은 한국말이 서툴렀기 때문에 법적인 자기 방어권을 행사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2> 1975년 11월 22일, 김기춘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중앙정보부(안기부), 치안본부, 보안사령부로 대표되는 국가기관들이 만들어 낸 재일동포 조작간첩의 피해자는 150여 명(추산) 정도에 이른다. 이 가운데 1기 진화위 조사를 비롯해 2021년 기준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는 38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2기 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하는 재일양심수 명단은 37명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바로 국가기관인 2기 진화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단 이 과거사는 국가의 잘못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지내고 있는 피해자들을 찾아내는 것이 민간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국가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분들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특히, 이분들의 나이가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사진-3> 지난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오사카에서 열린 재일동포와의 간담회에서 재일양심수동우회 대표인 이철 선생과 악수를 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9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오사카에서 열린 재일동포와의 간담회에서 재일동포 조작간첩 피해자분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사과를 하고, 동시에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군부 독재시절, 많은 재일동포 청년들이 공안통치를 위해 조작된 간첩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지난해(2018년) 12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재일한국 양심수 동우회’가 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2019년) 초 서울고법에서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에게 34번째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심으로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빼앗긴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독재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재일동포 조작간첩 피해자분들과 가족들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여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통령이 직접 공개사과를 했기 때문에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우리 사회의 화해를 위해 출범한 국가기관인 2기 진화위가 적극적으로 나서 과거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재일동포 조작간첩의 피해자분 중에는 아직도 대한민국인 모국에 오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갈 것을 두려워해 한국에 오는 것을 꺼려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대한민국이 민주화되었고, 사회가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이번 2기 진화위 조사를 통해 알려드려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이번 2기 진화위의 역할일 것이다.

 

 다행히 이날 정근식 위원장은 이 사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재일양심수동우회와 인권의학연구소의 요청사항에 대해 공감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지속적으로 재일양심수동우회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이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신청과정에서 직접 정근식 위원장을 만나 진실규명의 필요성을 전달한 함세웅 이사장, 일본에서 어려운 환경임에도 신청 자료를 만들어 한국으로 보내준 이철 선생과 이종수 선생, 그리고 한국에서 직접 이 자료를 확인하고 소통창구의 역할을 담당한 이동석 선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진-4> 2기 진화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하기 전, 이화영 소장(왼쪽)과 이동석 선생(오른쪽)이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법률] 고문가해자 서훈취소 정보공개 청구 관련 재판에서

 

 지난 13(), 서울 행정법원 B 220호에서 행정재판이 있었다. 이 재판에서 피고 행정안전부는 대한민국의 안전과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참혹한 수준을 드러내고 말았다. 행정안전부의 법리적 수준은 궤변에 가까웠고,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의 수준은 무능 그 자체였다.

 

<사진-1> 지난 2018년 7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이 재판은 2018년 행정안전부가 스스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비롯된다. 2018년 행정안전부는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서훈 대대적 취소를 발표한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80년대 대한민국 정부는 범죄 혐의가 없는 일반 시민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해 사형까지 조작해 낸 국가 공무원에게 대통령 표창 17, 국무총리 표창 14점을 비롯해 총 56개의 서훈을 수여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힘없는 시민을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만들었던 고문 가해자들은 특진 등 수많은 혜택을 누렸는데, 행정안전부는 이를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를 발표하면서 행정안전부는 고문 피해자들의 이름은 버젓이 공개했지만 정작 서훈이 취소된 고문 가해자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는 지난 2019 3월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2019 7월 승소했다. 이 같은 재판 결과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는 고문 가해자의 이름이 국가안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공개를 거부하자 인권의학연구소는 지난 10 2차 행정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고문가해자 이름을 국가안보로 인식하는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지속적으로 고문 가해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고(인권의학연구소) 측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의 김성주 변호사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하나는 현재 행정안전부는 유관 정부부처인 국정원이 고문 가해자의 이름 공개를 반대하고 있는 점, 다른 하나는 정보공개법에 근거하여 사생활에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문 가해자의 이름과 서훈 취소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피고 측 행정안전부를 대표해 이날 재판에 참석한 조철훈 담당 사무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8년 서훈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처인 경찰청, 국정원, 국방부,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인 논의를 거쳤으나 이 부처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고문 가해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가장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경찰청과 국정원의 주장은 당시 대공수사를 담당했던 국가기관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은 국가기밀인 동시에 국가안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한, 재판 후 인터뷰에서 조 사무관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을 피해자의 권익보호와 국가안보가 부딪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타 부처의 상황과 논리가 존재하는 한 행정안전부도 어려운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행정안전부는 7-80년대 국가기관의 고문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고문피해자의 권익보호보다는 고문가해자의 사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과 법리적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고문피해자들의 경우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재심을 통해 모두 무죄를 받은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재판 준비조차 부실했던 행정안전부

 

 이 같은 인식, 법리적 수준과 함께 이날 행정안전부는 2021년도 기준 57 4,451억 원의 예산규모를 가진 중앙행정기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을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었다. 이날 재판은 원래 지난 7 2일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피고 측인 행정안전부가 변론재개를 요청하였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선고가 연기된 것이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재판부에 추가 자료를 제출하였고, 이 자료를 기반으로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제출한 자료의 내용에 대해 행정안전부에 질의하는 것이 아니라 제출한 자료가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자료 목록 중에서 자료 제목과 실제 제출된 자료의 이름이 다르거나 아예 누락된 부분들이 있어 재판부는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행정안전부는 원고 측이 요청한 세부 품목에 대해서는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가 계속해서 자료에 대해 질의하자 행정안전부 측은 오늘 재판에 제출하기 위해 USB에 담아왔다고 답변했다.

 

방청석에 앉아 하늘만 쳐다본 고문피해자들

<사진-2> 지난 13일. 서울 행정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여한 피해자 선생들과 이화영 소장, 김성주 변호사.

 결국 재판부는 피고에게 다음 기일 전까지 재차 자료 목록을 확인해서 정확하게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재판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이날 재판 방청석에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고문피해자들이 있었다. 선고를 기대하고 왔던 고문피해자들은 행정안전부의 말을 들으며 하늘만 쳐다보았다. 재판 후 만난 한 피해자는 너무 괴로웠다고 토로하였다. 정부가 바뀌고,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나를 고문했던 가해자의 이름 하나도 밝히지 못하는 행정안전부를 보면서 또다시 나는 힘이 없는 민초라는 점만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그냥 이것이 내 팔자인가 보다 하고 스스로 위로하기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과연 고문가해자의 사생활보다 고문피해자의 인권이 우선시 되는 판결이 나올지 지켜보아야 한다. 다음 선고는 10 8일 오후 2 30분 예정이다.

 

 

상고를 기각합니다

 

 지난 7 29일 목요일 10 25분경, 대법원 2호 법정에서 4명의 대법관 중 한 사람이 무미건조하게 선고합니다. ‘상고를 기각합니다.’ 이 여덟 글자를 들은 두 분의 고문피해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 재판에 참여했던 고문피해자와 인권의학연구소 직원들은 조용히 법정을 나와 로비에서 서로 웃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 재판에 함께 참석했던 피해자 선생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먼저 그 자리를 떠났다. 축하의 말을 건넬 틈도 없이 대법원 무죄라는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간의 서러움과 억울함, 어려움이 얼마나 컸을지 조심스럽게 예상하게 되었다. 그렇게 7 29일 오전 10 25분경, 구미유학생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양동화, 김성만 선생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사진-1) 지난 7월 29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재판에 참석한 분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금택 선생, 김성만 선생, 양동화 선생, 이동석 선생, 이화영 소장이다.

 1985 9 9, 전두환 독재정부는 또 하나의 대규모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자 했다. 당시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규명과 학생중심의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1985 2 12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대중과 김영삼의 신한민주당이 득표율 29%를 넘기며 총 의석수 67석을 차지했다. 당시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이 148석을 차지했지만 득표율은 35%에 불과했기 때문에 신한민주당의 선전은 전두환 독재정부에 큰 충격을 안겨줄만한 결과였다. 특히, 김대중과 김영삼의 존재는 전두환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진 -2) 1985년 9월 9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북괴의 지령을 받고 학원가에 침투해 반미 투쟁을선동한 구미 유학생 간첩단 22명을 검거해 이 중 19명을 구속했다”라고 발표했다 . 당시 9월 9일자 경향신문 보도사진 . (출처: 한겨레)

 이러한 정치적 역학 속에서 전두환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외부의 적을 상정해 내부의 단결을 도모하려는 전통적인 정치적 술수를 쓰고자 했다. 그게 바로 1985 9 9일 발표된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이다. 당시 안기부의 발표에 따르면, 양동화, 김성만, 황대권 등이 미국 유학 중 북한 공작원에 포섭된 뒤 국내에 잠입해 학생들의 반정부 폭력시위를 주도하면서 간첩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건에 연루된 양동화, 김성만, 황대권 등은 길게는 65일 동안 남산 안기부 지하실에서 불법 구금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허위자백을 해야 했다. 그 결과 양동화와 김성만은 사형 선고를, 그리고 황대권과 강용주는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등 15명의 사람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986 12월 대법원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양동화와 김성만에게 사형을 확정하였다. 이후, 민가협과 국제 앰네스티는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구명 활동을 펼쳤고, 양동화, 김성만, 황대권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 8, 수감된 지 13년 만에 광복절 사면으로 석방되었다.

 

 석방되고 약 20년이 지난 2017 9월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당시 안기부의 강제연행과 구금이 불법체포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2018 5월 재심을 개시했다. 구미유학생의 재심 과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년의 재판 과정이 흘러 2020 2 14일 재심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손동화 재판장은 "이 사건 기록을 살피면서 여러분의 고초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매우 안타까웠다. 이번 무죄판결로 절망과 좌절이 작은 희망과 소망이 바뀌기를 바란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검사는 양동화, 김성만 선생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항소의 이유는 1985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이 두 사람의 당시 행동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당시 불법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독재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기관(안기부)을 동원해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날조하여 국민의 삶을 망가트린 것이 이 사건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오히려 시대적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항소했다.

 

(사진-3) 2020년 2월 14일, 서울중앙지법 재심 1심에서 무죄선고 후 단체로 찍은 사진.

 검사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되었지만, 다행히 서울고등법원에서도 1심 결론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2020 8 21(), 서울고법 형사 6부 오석준 재판장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가운데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만으로 이들(김성만, 양동화)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1심 결론을 유지한다라고 밝혔다. 다시 한번, 재판부는 1985년 당시의 재판은 물론 2020년 검사의 판단 또한 잘못되었음을 결론지은 것이다. 그러나 검사는 이 결과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를 했고, 결국 양동화, 김성만 선생은 대법원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7 29일 대법원의 상고를 기각합니다라는 이 여덟 글자를 듣게 된 것이다. 참 길고, 그리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이번 재심 재판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재심 과정에서 검찰은 미국에 거주하던 관련자를 포함하여 총 21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 증인들을 재판정에 앉혀 당시 고문에 의해 날조된 안기부의 진술조서 내용을 재차 추궁당했다. 이는 재심을 청구한 4명과 21명의 증인에게 35년 전 잊고 싶은 고통과 극심한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행위다. 명백한 국가기관의 2차피해다. 이 같은 2차피해는 고문의 경험을 가진 피해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겨주기 때문에 재심 과정에서 인권의학연구소는 변호인에게 재판부 기피 신청을 요청할 것을 주장했고, 변호인이 2018 11월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서 재판이 약 1년 가까이 중단되기도 했다.

 

 검찰은 과거 선배들의 잘못으로 시작된 재심 재판의 의미를 망각한 채, 다시 한번 고문피해자들을 피고인으로 대한다. 1985년 불법 구금과 고문으로 날조된 조서를 가지고 고문피해자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참기 어려운 장면이다. 특히, 이들은 이미 억울한 형을 다 살고 나왔는데도 말이다. 구미유학생의 고문피해자인 양동화, 김성만 선생은 2017년 재심을 청구하고 지난 2021 7월 대법원 판결을 받았으니, 이들에게 약 4년의 시간은 또 다른 감옥과도 같은 일상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보상과 치유는 누가 할 것인가. 재심 재판 과정에서 일어나는 국가기관에 의한 2차피해 또한 면밀하게 검토해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지속적으로 고문피해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8글자를 듣기 위해 ‘36 동안 온갖 어려움을 견뎌야 했던 양동화, 김성만 선생에게 위로와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 Recent posts